아름다운 사찰 - 부석사

지난 이른 봄,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서로 사는 공간이 달라, 자주 얼굴을 보고 살지는 못하나, 그렇게 전화로, 메일로 안부를 전하는 유일한 고등학교 친구다.

거리는 그렇게 멀어도 친구는 나이 들어 가면서 생각도 비슷해져 가는 것일까..
나이 들어가면서 사찰 기행이 하고 싶다는 그 친구 말에 내심 놀랐다.. 사실은.. 나도 올해 들어 한국 미술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책들을 보고 있던 터였다.. 불교 미술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고..

그렇게 우리의 여행 계획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 초.. 그 친구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내가 회사에 묶여 있는 터라 길게 시간을 낼 수는 없어 당일 여행으로 부석사와 소수 서원을 둘러 보기로 했다.

부석사 입구에서 시작하는 계단이 무량수전까지 딱 108개란다..흠..
한국의 5대 사찰 중 하나라는 말에 걸맞게 부석사는 참 아름다웠다.
의상대사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부석사를 창건할 수 있게 도운 선묘를 모신 사당도 무량수전 뒤쪽에 있었다.. 이성을 향한 연정이 숭고한 자기 희생으로 승화되어 지어진 사찰이라 더 애틋한 느낌도 들게 한다. 선묘가 이교도들을 흩어버리기 위해 들었다는 돌도 무량수전 옆에 있었다.

둘러보는 도중에 비가 쏟아져서 아쉽게 서둘러 내려와야 했지만, 우리는 행복했다...

친구는 2주간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또다른 사찰 기행을 할 수 없어서 아쉽다며 떠났고, 나는 또다른 여행을 계획한다. 이 참에 아예 서울을 시작으로 우리 나라 구석 구석 아름다운 사찰들과 건축물들을 구경하는 유람을 시작해 볼까 한다..  볼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은 대~한민국이다..

by Ephraim | 2008/08/22 01:27 | places | 트랙백 | 덧글(0)

비보이 & 발레리나

유난히 동남아 열대 몬순 날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2008년 여름의 마지막 자락에 황금같은 3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나마도 사내 메일 확인 습관에 못 이겨 하루에 꼭 한번은 메일박스를 열어보는 딱한 처지이긴 하나 그래도 실로 오랜만에 고된 업무에서 해방되어 내 시간을 갖고 있다..

휴가 둘쨋날인 오늘, 생전 처음으로 비보이 공연을 보러 Mesa에 갔다. 예전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기회를 놓쳤던 터라 이번에는 제대로 벼르고 갔다.

역쉬~... 인간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몸짓은 환상적이었다.. 나오는 댄서들마다 어찌나 다들 개성 있고 멋지던지..

공연 시작 전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된다는 안내 방송에 좋아라 했으나 정작 카메라를 갖고 가지 못한 탓에 핸드폰 카메라에 한장 달랑 담아오는 걸로 만족해야 하긴 했지만, 참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정말 '몸치'하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나에게 그 댄서들은 부러움의 대상들이었다.

새로운 것에 접하는 일을 게을리하거나 소홀히 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순간 들어서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반가운 소식은 그 댄스팀이 미국 공연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한국 예술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긴...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 최고라고는 하더라만.. 

참, 유럽 여행 관련 책도 한권 줬는데... "유럽 여행 가서 빼먹지 말아야 할 52가지".. 언제까지 주는지 안 물어봤네..

서늘한 밤 바람이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려주는 8월 중순의 어느날이다.

by Ephraim | 2008/08/22 00:52 | art | 트랙백 | 덧글(0)

사람 구하러 다니는 사람.

이 나라 저 나라에 사람 구하는 일이 내 업이 된 지도 1년이 되어간다.

누구 말처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사람 다루는 일이라고 하더니 정말 실감하는 올 한해다.

어떤 이는 처음 내 명함을 받아들고서 그런다.. '좋은 일 하시네요.. ' 그렇지.. 좋은 일이지.. 사람 잡기 딱 좋은 일이지..

작년까지 하던 일을 떠나 겁도 없이 새로운 일을 해 보겠다고 지원을 했던 것이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니.. 쩝..
그것도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니.. 

주어진 기간 내에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시작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고 채용하는 업무가 내 일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전쟁이다..

하루 종일 태국,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에 전화하고, 연봉과 직급을 협상하는 일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일은 그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매번 나에게 묻는다. '정말 나는 이 일에 확신을 갖고 있는가..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솔직한가..'에 대해서..  그럴 때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 어떤 경우는 2시간씩 씨름을 하기도 한다. 자기 나라 말도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자신과 함께 일할 매니저도 자기 나라 안에 있지 않은 채로 업무를 해야 한다는 나의 말에 잔뜩 긴장한 지원자들은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한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당신은 그 회사에서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냐?'와 "당신은 그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느냐?'다.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한 질문인데, 나는 이 두가지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서도 아니라, 지금껏 한번도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던 질문들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럼 지금 한번 다시 물어보자..

당신, 지금 행복해요?
소속감을 느끼나요?

대답은.. 한숨 자고... ㅠㅠ

by Ephraim | 2007/12/16 01:30 | life | 트랙백 | 덧글(0)

드디어.. 내 친구가 온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와 보는 나의 Blog..

그동안 밀려드는 많은 업무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초인적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이렇게 또 올 한해가 의미 없이 가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내 그리운 친구가 온단다..

제작년 가을에 훌쩍 영국으로 떠났던 내 친구가.. 드디어 돌아온다.. 내일.. 아니 오늘..

떠나고 나서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애타게 연락을 기다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또 훌쩍 우리 사이를 채우고 말았다..

2년이란 시간은 30대 초반에서 중반을 향하던 우리를 중반에서 후반을 바라보게 만들었고 나도 그 친구도 이제 우리 나이의 2배에 가까운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참.. 20대에서 바라봤던 30대는 모든 것이 쉬울 것만 같더니만 막상 와 보니 더 많은 고민과 연민, 인생이 참 어렵다는 걸 더 느끼게만 된다... 사랑도 더 하기 힘들고, 일도 그렇고, 이해 안되는 일도 더 많아지기만 한다..

아주 가끔씩은 문득 '나도 이제 제법 세상 보는 법에 익숙해지나 보네.. 이제 세상 살이에 좀 익숙해지나 보네'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은 정말 찰나일 뿐이고,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은 내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가방끈' 긴 게 사는 데 도움이 정말 안되는구나.. 그나마도 크게 길지도 않지만..

오늘 회사 오후 휴가 내고 공항에 나가기로 했다.. 왜냐면.. 그 친구가 그랬으면 했으니까..

직장생활하는 친구에게 그런 얘기 할 친구가 절대로 아니기에..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 친구이기에.. 그런 친구가 하는 부탁이라 나는 과감히 휴가를 냈다.. 그리고 먼 길 떠났다 돌아오는 내 오랜 친구를 맞으러 가슴 설레며 갈 생각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서 잠이 안 온다..

친구를 처음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 줄까?...
예전에 난 어떘더라.. 그 때 한국땅을 밟으면서 난 맨 처음 무슨 얘기가 가장 듣고 싶었던가.. 벌써 5년도 넘어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음..

그렇지.. 그 얘기였다..
"사랑하고 보고 싶었다.".. 친구에게, 부모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난 그 얘기가 듣고 싶었다.. 사실, 그 때 내가 제일 많이 들은 얘기는 "수고했다.. 살 많이 쪘네" 였다.. ㅎㅎㅎㅎ..

그러고 보면 사람은 다들 외로운가 보다.. 나 역시도 그 때는 그런 걸 모르고 그저 '사랑한다, 보고 싶었다'는 얘기가 듣고 싶은 마음이었던가 보다.. 그렇게 나도 외로움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나 보다..

나이 들어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것보다 측은지심으로 사람을 바라보며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내 눈엔 남자보다 한 사람의 인간이 더 많이, 더 빨리 들어오고, 멋지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사람보다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용기있게 드러내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 그것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냉면이 제일 먹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보는 즉시 공항 내 한국 식당으로 가야겠다.. 그리고 냉면 사 주면서 꼭 말해 줘야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 귀한 친구 많이 사랑한다'고..

분명 내 친구는 많이 변했을 것이고, 외로움에도 사랑에도 더 성숙한 사람이 돼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내 10년지기 친구를 다시 찾았다!!...

by Ephraim | 2005/09/26 00:52 | people | 트랙백 | 덧글(0)

상해는 진화하고 있었다..

지난 2월말부터 1주일간 중국 상해로 출장을 다녀왔다.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교육도 아니고, 무슨 포상 같은 걸로 가는 여행은 더더욱 아니었고 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계속 회의를 해야 헀던 출장이라 상당히 피곤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중국은 처음이라 다들 설레고 좋겠다는 말들을 했지만 내심 왜 하필 중국이냐 싶은 맘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는 예전에 대만 출장을 갔을 때 음식으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중국 출장도 음식 때문에 고생할까 고민을 좀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상해는 확실히 진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한 도시 내에서 하늘로 높게 뻗은 마천루와 바로 이웃하여 60년대 한국을 연상시키는 허름한 가옥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곳 사람들 말로는 앞으로 계속 그 도시는 서구식 건물들로 채워지게 될 거란다..

그 부조화 속에서 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진화하고 있는 그 곳이 마치 계속 후려치는 채찍에 정신없이 도는 팽이 같아서 마치 내가 그 팽이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그 속도감이 완전히 낯설지 않다는 것에 나는 두려웠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와 닮아 있었다.. 심한 공기 오염도..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럼 중국보다 앞서서 같은 속도로 달려온 우리나라는 먼저 미국을 앞지를 수 있을까?
아무도 이런 내 질문에 답할 이유를 못 찾을 것 같다..

by Ephraim | 2005/03/17 00:59 | life | 트랙백 | 덧글(1)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by Ephraim | 2005/03/17 00:38 | verse & prose | 트랙백 | 덧글(0)

JA 자원 봉사..

어제 JA 자원 봉사자 교육이 있었다..
예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던 일이었으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다 이번에 회사에서 자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용기를 내서 지원을 했다..

누가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2종류의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단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주어진 환경은 변한 것이 없는데, 나이가 가져다 주는 것이 '여유'인 사람과 '부담'인 사람이 있다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부끄럽지만 나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후자였던 것 같다..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에 몰두하면서 나만 들여다 보면서 내 삶을 재촉했던 것 같다..

어느날 문득, 내 나이가 서른하고도 중반을 바라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이렇게 아무런 감각 없이 자신을 재촉하며 살다가 내 삶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지금 이대로의 내가 다른 이에게 베풀 수 있는 일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내 삶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자신을 그렇게 다그치면서 앞만 보고 달렸던 그 때나 이렇게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지금이나 내게 주어진 환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주머니는 가난하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 할 일들도 많다..

그런데, 한가지 확실히 달라진 것은 내 눈에 다른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 미약한 도움이나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이 처음엔 신기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자아 성취감이 주는 쾌감과는 아주 판이한 보람과 기쁨을 주는 것도 알게 되었다..

JA 자원 봉사도 그런 내 아주 작은 노력의 하나였고, 예전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처음 강단에 서서 긴장감으로 손바닥 가득 땀이 흥근히 괴었던 내 첫 교사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잠시나마 다시 교사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마주대한다는 설레임이 벌써부터 나를 긴장시킨다..

한 가방 가득한 교재물들을 들여다 보면서 내 마음은 벌써 초등학교 교실에 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확실히 알고 있다.. 나를 여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by Ephraim | 2005/03/17 00:31 | life | 트랙백 | 덧글(0)

우리 부서 사람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는 구매부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나 물품들을 구매해 주는 부서다..

처음 일했던 부서가 연구소였던 관계로 처음 부서를 옮겨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은 것도 사실이다. 내 앞으로 올라오는 구매주문서의 액수에 '0'의 갯수가 5개를 넘어가면 금액이 눈에 금방 들어오지 않아서 500만원짜리 주문서를 5000만원으로 보고 허둥댔던 기억이 허다하다.. 뭐..지금도 별로 나아진 것은 없지만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많이 나아진 편이다..

확실히, 연구소와 구매부는 다르다.. 연구소는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되고, 자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개인적인 업무가 주인 반면, 구매부는 계속 여러 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물며 10만원짜리 구매 주문서라도 일단 주문서를 내는 순간부터 구매부 바이어는 주문자와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구매부 바이어의 주 업무다..

나는 우리 부서 사람들이 참 좋다.
예전 연구소 사람들도 참 많이 좋아했었다.. 그들은 독립적이면서도 감성적이어서 일하는 분위기가 자유롭고 편안했다.. 서로를 잘 배려할 줄 알고 아껴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구매부 사람들은 연구소 사람들과는 다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외향적이고 직선적이다.. 대신 뒷끝이 없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항상 팀원들을 쪼는 우리 대장 상무, 욕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전모과장, 얌체 같지만 나름대로 자기 세계를 고집하는 구모차장, 자기 색깔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구매부를 지키는 이모씨, 기차 화통 삶아먹은 사람처럼 목소리 무지 큰, 또 한 사람의 이모씨, 하루에도 몇번씩 웃었다 울었다 하는 자신이 꼭 조울증 환자 같다며 가슴을 치는 천씨 집안의 한 처자..

이들 외에도 너무나 자기 색깔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고, 또 한편으로는 서로 싸우고, 풀고.. 그런 생활들이 모여서 매일 매일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그런 이 부서가 참 좋다..

나의 이 'no 비즈니스 마인드'만 좀 나아진다면 정말 금상첨화일텐데.. ㅎㅎㅎ..

by Ephraim | 2005/01/06 23:08 | people | 트랙백 | 덧글(0)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다.

정신 없이 일에 쫓겨 살다 어제 오늘 문득 멀리 있는 친구가 많이 그립다. 벌써 그 친구가 런던으로 떠난 지도 1년이 넘었는데, 요즘 들어 통 소식이 없다. 간다던 학교는 입학을 했는지, 한국 나올 계획은 아직 없는 건지..

그 친구는 내게 유일한 숨 쉴 공간이었다.. 나는 숨가쁘게 달리기에 바빴고,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위안이고 힘이었던 친구였다.. 그런 내가 잠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 이번엔 그 친구가 꿈을 위해 현실을 과감히 박차고 떠났다.. 그렇게 떠나던 친구를 배웅하는 날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 왜 그리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나는 건지..

내 나이가 어느 새 삼십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난 아직도 내가 20대인 양, 아직 시간이 많이 있는 듯 내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인지 이렇게 밤 늦게까지 잠 못드는 날이 늘어만 간다... 이런 내 불안감을 함께 나눌 사람이 그 친구인데, 멀리 있어 안타깝고 가슴이 무겁기만 하다..

나이 든다는 게 뭔가...
생각이 많은 밤이다.. 그리고 외로운 밤이다..

by Ephraim | 2004/11/08 02:19 | life | 트랙백 | 덧글(3)

부서 이동 후 2주...

새로운 부서로의 이동 후 2주가 지났다..

제일로 힘든 일은 아침 9시까지 출근하는 것이었다.. 누가 들으면 편한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10시 출근에 맞춰져 있던 내 생활리듬을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일, 새로운 부서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일..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회의를 들어가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고, 멍하게 여기 저기 끌려 들어가는 회의도 수없이 많고.. 성격 급하고 다혈질의 부서장은 빨리 따라잡으라고 채찍 들고 뒤에서 쫓아오고...

아직은 새 부서가 좋은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저 부서 이동을 결정할 때 내가 원했던 목표가 과연 이 부서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땐 치밀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공부한 전공을 회사에서 일로 응용해 보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좀 달라진 것이 있다.. 처음보다는 치밀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물론 그 때 내 삶의 목표가 지금에 와서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조금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실전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다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대응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지금, 난 한결 여유로움을 되찾은 것 같다..

by Ephraim | 2004/06/27 01:09 | lif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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